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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루헨 아모치온♥엘리아나 로즈
데이트 타로
- AM 11:00 / 만남
엘리아나 로즈와 에브루헨 아모치온은 처음부터 누구에게도 거리낄 것 없이 '데이트' 라는 이름이 붙는 만남을 가질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신을 위해, 세계를 위해. 특히나 이 곳, 엘리아노드는 특별한 감시가 필요한 구역이지요. 두 사람은 그럴듯한 핑계를 대고 각자의 진심을 속이며 엘리아노드의 외곽 시가지에서 만났지만, 서로의 태도가 일반적인 순찰을 위한 그것과는 퍽 다르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챘습니다. 게다가 눈치가 빠른 두 사람은 이미 서로의 복장이나 평소보다 힘을 준 헤어 스타일이 순찰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는 것까지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먼저 그 사실을 지적할 배짱이 없는 엘리아나와 에브루헨은 두어 번 헛기침을 하고 말합니다. "그러면, 가볼까요." 천천히 발을 내딛는 것으로 아슬아슬한 데이트가 시작됩니다.
- PM 12:00 / 점심 식사
쭉 긴장을 풀지 못한 채 시가지를 벗어나 위험한 엘리아노드의 곳곳을 돌아다니던 엘리아나와 에브루헨은 태양이 정북향에 떠오르는 것을 보고선 근처에 있는 고대의 돌계단에 풀썩 주저앉습니다. 긴장이 풀린 탓도 있겠고, 빠듯하게 몸가짐을 바로 하느라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탓도 있겠죠. 엘리아나는 아름다운 은발을 뒤로 젖힌 채 한숨을 내쉬는 에브루헨에게 작게 말을 겁니다. 마침 기력이 부족할 것 같아서 적당히 식사를 싸 왔는데 드시겠냐고. 엘리아나가 직접 조리한 음식을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고 한 입 베어 물면, 그녀 자신의 능력의 탓인지, 아니면 에브루헨을 생각하며 발휘한 정성 탓인지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피로했던 몸이 회복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카드가 뜻하는 대로 이 식사는 어떠한 전환점이 됩니다. 엘리아나를 바라보는 에브루헨의 비취색 눈에 조금 더 밝은 빛이 반사되기 시작합니다.
- PM 2:00 / 첫 번째 일정
이럴 수가! 두 사람이 손을 맞잡은 채 시가지를 거닌지도 얼마 안 되어, 미처 엘리아나의 손요리를 소화시키기도 전, 정화되지 못한 성역의 괴물이 두 사람을 습격해 옵니다. 확실하게 말해서 살상 능력은 전혀 가지지 못한 엘리아나가 당황한 채 눈을 꼭 감고 있던 차, 에브루헨은 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그들을 습격한 커다란 돌무더기를 해치웁니다. 이제 눈을 떠도 괜찮아요, 로즈. 평소와 같은 다정한 목소리에 로즈가 조심스레 감았던 눈을 뜨자, 그의 새하얀 사제복에는 먼지조차 묻어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에브루헨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는 엘리아나의 등을 자연스럽게 끌어 안으며 에브루헨은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로즈에게는, 그 누구도 손끝 하나 대지 못하게 할 거니까요. 해가 쨍쨍한 한낮에 습격을 받았는데, 이건 과연 데이트가 맞을까요? 우린 정말 뭘 위해 만난 걸까요? 그런 엘리아나의 혼란한 마음에 에브루헨의 미소가 답해주고 있습니다. 당신은 나를 만나기 위해, 나를 사랑하기 위해 이곳에 나온 거라고.
- PM 4:00 / 두 번째 일정
엘리아나는 방금 전의 습격으로 인한 충격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듯이, 미소가 걸려 있는 표정과는 정반대로 온 몸을 잘게 떨고 있습니다. 그녀와 손을 맞잡고 있는 에브루헨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지요. 물론 그녀가 걱정되는 마음도 진심입니다. 사랑하는 로즈가 안심할 수 있도록 몸과 마음을 다해 도와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런 다정하고 건전한 감정보다도 앞서는 것은, 눈 앞에 있는 로즈가 자신 외의 다른 존재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것. 에브루헨은 자신이 이기적이라는 사실을 잘 자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는 엘리아나의 양 뺨을 조금은 거칠게 붙잡아 자신의 에메랄드 빛깔 눈동자를 마주보게 만듭니다. 엘리아나가 아직 그 상황에 적응하지도 못하였을 때 에브루헨은 재빨리 그의 로즈에게 입을 맞춥니다. 새빨개지는 뺨은 그야말로 장밋빛이에요. 뭐가 무서운 거예요, 로즈. 어떤 일이 일어나도 제가 지켜드릴 텐데. 이런 낯간지러운 대사는 굳이 말로 꺼내지 않아도 그녀에게 충분히 전해진 것 같아 보입니다.
- PM 6:00 / 해산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서로의 체온에 의존하는 것도 몇 시간, 엘리아노드의 보라색 하늘에 얇은 달이 떴습니다. 에브루헨은 걸치고 있던 망토를 벗어 돌계단 위쪽에 엘리아나가 앉을 자리를 마련해 줍니다. 아름다운 신녀님과는 이제 곧 헤어질 시간. 함께 있는 일 분, 일 초가 더욱 소중하고 아쉽게 다가옵니다. 와중, 엘리아나가 떨리는 손을 뻗어 에브루헨의 손등을 맞잡습니다. 평소의 그녀답지 않은, 약간은 치기 어린 말투로 엘리아나는 말합니다. 달이 아름답네요, 하고. 그녀가 말하는 달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리 없는 에브루헨이 빈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쿡쿡 웃습니다.
"이토록 달이 아름답게 빛나는 날에는, 또 저를 만나러 와 주실 거죠?"
엘리아나는 수줍게, 달빛 아래에서만 향기를 낸다는 월광화처럼 작게 고개를 끄덕입니다.